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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내가 가는 길/시 장지원

노파 2020. 2. 29. 05:36


내가 가는 길

장지원

 

 

나이 들어

가족들 걱정 끼칠까봐

혼자만 알고 지나가는 일이 왕왕 있다

이야기인즉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게 현실이다

 

조반이 끝나자 바로 외출을 챙기니

마누라 어디 가느냐? 바쁜 척 얼버무린다

딸 아이 황사 코로나 난리인데 마스크 챙겨 준다. 그게 문제 아닌데

손주 녀석들 할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그리 좋은 일 아니다

 

종합병원 문턱을 들어설 때 마다

심호흡을 하며

그래 아직은 해 볼 만해, 할 수 있어, 해 보자

정신하나 뒷받침이 되니 여기까지 왔다

 

살면서

머리에 먼지 앉는 것 싫어 매일 머리 감는다

몸에 이끼 끼는 낄까봐 하루 멀다 옷 갈아입는다

잃어버린 세월을 생각하며 매일 운동을 한다

몸에 좋다는 것 다 관심 있게 챙긴다

 

오늘도 결과를 보고

6개월이란 날짜를 예약하고 몸을 KTX에 싣는다

먼 길도 알아서 세월 빨리 갈 것인데

이놈의 열차는 나를 태우더니 더 빨리 달리니

그 시간도 빨리 돌아오겠지. 생각들이 마구 헝클린다

 

남은 날 생각하니

철나기 전 많이 타던 3등 열차가 그립다

추억이라도 끄집어내어 현실을 추스른다는 게 삶의 알약이다

내 가는 한계가 어딜까. 그 선을 넘으면 무아이겠지

 

20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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