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
장지원
나이 들어
가족들 걱정 끼칠까봐
혼자만 알고 지나가는 일이 왕왕 있다
이야기인즉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게 현실이다
조반이 끝나자 바로 외출을 챙기니
마누라 어디 가느냐? 바쁜 척 얼버무린다
딸 아이 황사 코로나 난리인데 마스크 챙겨 준다. 그게 문제 아닌데
손주 녀석들 할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그리 좋은 일 아니다
종합병원 문턱을 들어설 때 마다
심호흡을 하며
그래 아직은 해 볼 만해, 할 수 있어, 해 보자
정신하나 뒷받침이 되니 여기까지 왔다
살면서
머리에 먼지 앉는 것 싫어 매일 머리 감는다
몸에 이끼 끼는 낄까봐 하루 멀다 옷 갈아입는다
잃어버린 세월을 생각하며 매일 운동을 한다
몸에 좋다는 것 다 관심 있게 챙긴다
오늘도 결과를 보고
6개월이란 날짜를 예약하고 몸을 KTX에 싣는다
먼 길도 알아서 세월 빨리 갈 것인데
이놈의 열차는 나를 태우더니 더 빨리 달리니
그 시간도 빨리 돌아오겠지. 생각들이 마구 헝클린다
남은 날 생각하니
철나기 전 많이 타던 3등 열차가 그립다
추억이라도 끄집어내어 현실을 추스른다는 게 삶의 알약이다
내 가는 한계가 어딜까. 그 선을 넘으면 무아이겠지
20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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