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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시인의 우울했던 날

노파 2020. 2. 26. 07:22


시인의 우울했던 날

장지원

 

 

대상포진과 싸우는 사이

입춘이 지나고

봄이 와 있다

양지쪽 언덕아래 파릇 푸릇한 새싹들

긴 잠 털고

철지나 갈아입는 야무진 매무새

 

며칠이 지났을까

몇 주가 지났을까

호되게 보낸 고통스러웠던 시간

부러진 시인의 연필심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 했던 날들

 

긴 시간 조금씩 찾아오는 여유로움

제자리 찾아 가는 길

영혼이 깨어나는 뜨락

슬며시 쥐어주는 연필

시인의 일상에서 봄은 활짝 피겠지

 

20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