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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길을 가다/시 장지원

노파 2020. 2. 27. 05:44


길을 가다

장지원

 

 

뒤돌아보면

흙먼지 나는 길

눈 뜰 수 없이 메마른 삶

한 점 되어 숫한 밤새워 풀잎에 흘리던 이슬

버림받은 세월이 이 말고 있을까

저주 받은 삶이 아니고서야

절름거리는 시간 속

출생을 원망도 해보고

별들의 시선이 싫어 숨어도 보고

해와 달의 단란한 여느 집 일상이 부럽기도 하다

욕망이 물안개처럼 사그라지고

숫한 날 밤이슬 차가게 흐르는 길

달빛 그림자 적시며 모질게도 살아간다

돌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뿌리 찾아 마음이 가는 길을 걸었다

그 때 그 노인 보이지 않는 뜰에

옛 아이, 할매꽃 불러 봐도 냄새조차 없다

서러움이 그리움이 합쳐진 게 은하의 강이라면

하갈이 이스마엘°이 운명의 길을 가듯

옛 터라도 가슴에 담아 가다

 

<노트> 어느 경우, 운명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린린을 생각하며……그 날 하늘은 봄비를 내리다. 하보우아살!

하갈이 이스마엘이°: 여호와의 사자가이르되, 네가 잉태하였은즉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창세기1611). 약속의 자손(이삭)과의 갈등이 이스마엘에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었다.<중략> 비록 첩 하갈의 몸에서 난 이스마엘 이지만, 그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린린도 여전히 뿌리 있는 자손임을 잊지 마라.

 

20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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