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리 시인詩人
장지원
아침 햇살이 밝다
초미의 순간을 흔드는 산새 소리가 맑다
일상의 가락으로 들려주는 여울의 소리는 언제나 경쾌하다
그래서 시인은 산촌의 한 부분이랄까
봉평 하고도 무이리는 달빛에 피는 메밀꽃은 진풍경이다
고랭지 배추, 감자, 옥수수를 많이 심고
더덕, 도라지, 약초가 지천이라
천혜의 약방이 여기다
심은 대로 거두는, 야생화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다
긴 삼동이 곁을 내어 주자
봄바람에 흔들리는 산비탈엔 갖은 산나물이 지천인데
배부른 궁노루 늘어지게 쉬어도 흉 되지 않는 날
오대산 단풍은 월정사 노승의 다비 길에 배웅이라도 하려는지 붉게 타고
눈 속에 묻힌 상원사 적멸보궁
겨울 산을 지키는 자작나무
그 심성 같이 깊은 오대산이 명산인 걸
하늘이 내려주는 데로
땅이 내어주는 데로
그래서 산촌의 마음들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도 늘 넉넉하기만 하다
그 삶이 많은 것을 담지 못해도
깔끔하게 피는 상고대 같아 아름답다
시인의 일상도 한 수의 시가 되어 행복하다
2018.5.19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배의 유혹/시 장지원 (0) | 2018.05.24 |
---|---|
남북이 지척인데/시 장지원 (0) | 2018.05.23 |
미로 같은 길/시 장지원 (0) | 2018.05.18 |
미나리/시 장지원 (0) | 2018.05.17 |
흔들리는 날/시 장지원 (0) | 2018.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