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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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을비에 젖은 달빛/시 장지원

노파 2017. 9. 13. 15:09

가을비에 젖은 달빛

장지원

 

 

가을비에

시인의 등잔불이 거물거린다

야심한 초침을 타고

가을비 내리는 밤

잠들지 못하는 머그잔

투박한 음운에 토막 난 가락을 붙여주는 밤

부서지는 이슥함을 쓸어내다

가을이란 비에 젖고 마는 달빛

사색의 그림자 드리워 미동이 없다

이 가을

누굴 생각하며

밤새도록 울어 되는 전령사들

새벽이 되어서야

한 줄의 사연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난 파란 하늘 길

성큼 다가선 아침의 가을을 보고서

그제야

시인의 시심도 길을 따라 나선다

 

2017.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