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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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재편再編/시 노파 장지원

노파 2016. 4. 6. 06:04

재편再編

老波 장지원

 

 

겨울은 길을 떠나고

봉창을 열면

아지랑이 오르는 언덕 위엔

서둘러 찾아오는 초록빛 세상

 

봄은 더디게 걸어오더니

앉을 새도 없이 훌쩍 떠나가려는 게 예전 같지 않아

 

봄꽃들의 혼란이 예상되는 날들이

생의 주기를 비틀어

홍역을 하듯 열꽃을 피우는 우리의 산하

 

동절기와 하절기가

땅따먹기를 하듯 지경을 그어 나누는 땅

봄은 여름의 기운을 따르고

가을은 겨울 앞에 두 손 들어 항복 하는 게

계절의 재편을 더 부추긴다

 

우린 매사를 진리인양

순리를 거슬러 시절을 적응하는 게

살아남기 위한 최고의 방도가 된지 오래다

 

20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