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사 두릅나무
장지원
태기산 자락
이른 햇살이
두릅나무 가시 때문에 순찰이 조조하다
삭풍은 아쉬워 갈 길을 망설이는데
이것도 내 업이지. 당당하게 맞서는 두릅나무
긴 삼동 나며 널 기다렸는데
내 기백 살려주면 안 되는가. 멀대 같이 떡 버티니
바람은 비켜 가고
햇살은 태기산 정상에 가부좌 틀어
가지마다 싹 틔우기 부산한 날들을 지킨다
두릅은 높은 산에서부터 내리 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자연의 순리다
두릅나무, 당차게 내미는 뽀송뽀송한 얼굴
햇살아, 두 팔로 널 반기다
내 모가지 부러져 나가도 괜찮다. 하는 거 보니
진정한 봄의 전사는 두릅나무인가 보다
20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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