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
장지원
들녘을 달구던 태양
그림자조차 지우고 달아나는
가을 들녘
허리 시려하는 허수아비
알 수 없는 이기심에
하루해 길어 외로운 날
바람이 지나며 아는 체 하지만
영혼마저 수탈당한 지 오래
논밭 가장자리에 벼려진 낫 곡들
모두가 아사셀¹을 위한 제물이 되었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 세월
우르르 몰려와 조장을 치르는 들새들의 요란함
하루도 편히 잠 못 이루는 광야
짓궂은 악동들의 불장난에
가을 녘 허수아비 불티 되어 날아가네.
<노트> 아사셀¹: 구약 시대 속죄 제사에서 제물로 두 마리의 숫양을 선택한다. 하나는 죄를 속할 여호와를 위하여, 또 하나는 죄의 원흉인 사단을 위하여 제물로 바치게 된다. 여호와를 위한 양은 잡아 제물로 사용하고, 아사셀을 위한 양은 광야로 보내게 된다. 이때 사단을 일컬어 레위기에서는 아사셀이라 하고 있다.(SDA 성경주석 참조)
“두 염소를 위하여 제비 뽑되 한 제비는 여호와를 위하고 한 제비는 아사셀을 위하여…광야로 보낼지니라”(레16:8-10).
2024.10.7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의 궤적이 수정되는 날/시 장지원 (0) | 2024.11.14 |
---|---|
계절의 뒤안길에서/시 장지원 (2) | 2024.11.13 |
이 가을의 은어隱語/시 장지원 (0) | 2024.11.11 |
동강의 가을/시 장지원 (0) | 2024.11.08 |
계절의 뒤안길에서/시 장지원 (0) | 2024.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