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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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밀애密愛/시 장지원

노파 2024. 9. 23. 00:51

 

밀애密愛

장지원

 

 

팔월의 날씨마저 시샘해

곳곳에 나타나는 사랑의 아픈 흔적들

뜨거움의 차이로 사랑의 척도를 가늠하기란 진실이 웃을 일

 

호박 넝쿨에 꽃이 다섯 개 피면 세 개는 헛꽃

두 개의 꽃 중 한 개는 꽃도 피지 못하고 떨어지고

겨우 한 개가 꽃피워 결실하는 호박꽃

 

누가 다섯 개의 꽃을 암꽃으로 피울 수 있을까?

그 누가 모든 꽃에 호박을 달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팔월의 날씨도 두 손 들 게다

 

호박은 자연에 순응할 줄 알고

시간을 가릴 줄 알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아 진실한 사랑이 뭔지는 안다

 

찬 바람 부는 가을이 되면

밀애密愛를 해서라도

호박을 주렁주렁 달아 줄 게다

 

202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