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반달
장지원
낮에 반달은
빛도 없고
모양도 없어
누가 쓰다 버린 쪽박 같아
석양이 받쳐보지만, 서쪽에서부터 무너지는 시각
날 저물기 전 떠나야 하는 길
낯선 길의 어둠이 밀물같이 밀려오는 시간
아파할 수만 없는 게
땀 흘려 수고하지 않아도
마음 써 고생하지 않아도
병들어 아프지 않아도
싫거나 미워하지 않아도
속고 속이고 더 가지지 않아도 돼
빈손으로 가도
그곳에선 누구 하나 왜냐고 묻지 않는다
‘누구나 다 가야¹ 하는 나라’
주님께서 먼저 가신 그 나라 하늘나라[天國]
<노트> ‘누구나 다 가야¹’: 잠언 16장 4절“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씌움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
20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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