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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그냥 물이 되리라/시 장지원

노파 2023. 8. 24. 04:40

 

그냥 물이 되리라

장지원

 

 

물에도 불문율이 있다면

발원지가 어디냐? 묻지 마라

무슨 생각 하냐? 묻지 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묻지 마라

무색, 무미, 무취인 물일 뿐

 

여울목 지날 때 돌에 치여 나는 소리

보에선 잠시 쉬었다 가는 몸 급한 것도 없지

농수로 지나며 농민들 애환도 들어주고

댐에선 한 달이고 쉬었다 가는 여유도 있어

물통에 갇히는 날은 섞어도 물이니 서러워 않으리

 

여울물이던, 시냇물이던, 강물이던, 바닷물이던 흐르는 시간만큼

모양은 그때마다 바꿔 살아야 하니, 본질이 바뀔 리 있나

금이 될 수 없는 물의 시간, 그래도 당당 하련다

 

색깔도, 맛도, 냄새도 없이 흘러

사해에 잦아드는 물이 아니라

‘오카방고 델타’의 물이 되리라

 

20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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