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大腸이 이상하다
장지원
생일처럼 돌아오는 국가 건강검진, 결과지가 나왔다
건강의 기본적인 지표이자 내 삶의 진실한 그림과도 같은 것
수없이 그렸던 밑그림
어느 순간부터는 붓끝에 물감을 찍어 색을 입히는데
그림이 반응하며 튀어나오는 순간이 70년이라니 놀랍기도 하다
‘대장 잠혈 검출’ 재검사받으란다
수십 년을 고장 없이 사용했으니 고장 날 법도 하다.
당장 멈추는 게 아니라, 삐꺽 대면 문제 아닌가?
대장 내시경으로 정밀 검사를 받기로 예약했다
시간에 비례하는 값이 어떻게 나올지, 그림의 값과 무관하지 않으리
3일간의 무채색 식단
3일은 흰밥에 감잣국, 바나나, 사과
1일 두 끼는 반찬 없는 흰죽, 저녁은 금식
저녁 9시부터 1차 두 차례 500㎖의 약물 투입, 한 차례 500㎖의 식수 투입
새벽 4시에 2차 두 차례 500㎖의 약물 투입, 한 차례 500㎖의 식수 투입
두 차례의 배설로 장을 모두 비우니 장 내시경을 몸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주치의의 인사와 마취사의 안정제 투입합니다.- 잘 끝났습니다
그 사이의 시간은 내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내 머리엔 기록이 없다
용종을 2개 제거했다- 조직검사를 한다고 한다
1주일 경과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드디어 약속한 날, 아침 KTX에 오른다
차창을 스치는 7월의 녹음이 마치 지나온 70년을 주마등같이 이어 주는 듯하다
결과는 이상 소견 없음,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나이 아닌가?
지난 3주간의 시간, 어떤 삶에든 대가가 따른다는 것
‘70년의 대가를 한꺼번에 치르기엔 아직 시간이 남은 듯하다’라는 교수님의 너스레
인생 부자가 따로 있겠나? 건강한 사람이지!
평생을 함께 걸어 주신 주님! 고맙습니다!
<노트> ‘국가 건강검진’과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소화기 내과 한동수 원장님, 감사하다. 고맙습니다.
2023.7.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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