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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생각하기조차 싫다/시 장지원

노파 2023. 4. 19. 04:40

 

생각하기조차 싫다

장지원

 

 

하늘과 땅 사이 양대 축,

네 개의 지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

 

성층권을 점령하는 이산화탄소

대기권을 잠식하는 미세먼지

 

삶을 은밀히 파고들어 파괴하는 생활사기

일상의 허점을 헤집고 다니는 전화금융사기

 

지경도 없이 하늘과 땅을 넘나드는 악의 두 축

 

태초의 하늘을 동경도 원망도 해 봐도

지나간 옛이야기 같아 땅바닥을 쳐봐도

자정의 능력을 잃어가는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듯하다

 

상하, 좌우간의 믿음은 어리석은 인간의 유물로 전락한 지 오래

악이 호시탐탐 자신의 만족만을 노리는 이 땅

살아야 할 이유가 바닥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경을 쳐야 하는 사람들

날이 갈수록 몸집을 키워가는 검은 실체들

생각하기조차 싫다

 

202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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