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詩

12월의 한강/시 장지원

노파 2022. 12. 21. 04:40

 

12월의 한강

장지원

 

 

한 해의 끝자락을 걷다 보면

조각난 햇살이 날리는 산만한 낙조의 깃털

원앙 한 쌍 어디로 가는지 어둑살에 갇혀버린다

 

초겨울 한강의 밤은

차가운 별들이 하나둘 좌표를 찍어 강물에 투신하기 시작하면

강물도 쉬 잠들지 못해

긴긴 겨울밤을 하염없이 흘러가야 하나

 

싸늘하게 식어가는 철새들의 둥지

젖은 깃털 접지도 못한 채

힘들었던 하루를 지우려고 네온 빛에 기대는 시간

아련한 뱃고동 소리에 풀어놓은 닻줄을 걷어 올린다

 

그래 봐야 빈 배

텅 빈 선실의 공허함

흔들리는 좌표에 시선을 고정해본다

남은 항해를 마무리해야 하기에

두 삿대를 주머니 속으로 깊숙이 찔러 넣는다.

 

202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