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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해변의 일기/시 장지원

노파 2022. 12. 6. 04:40

 

해변의 일기

장지원

 

 

가을이 짙어가는 바닷가

잠깐의 시간을 내려놓는 사이

커피 잔에 이는 파도

하얀 물거품에

말갛게 씻기는 내 마음

 

태고의 바다는

숱한 세월을 토로하듯 흰 거품을 물고 내 앞에서 쓰러진다.

만만치 않은 세월

그러나 분명한 건

들치고 털어도 먼지 하나 없는 삶

 

바람은 알알이 헤집고 흩어 시련이 크지만

억겁의 시간을 두고 씻어서인지

감당할 수 있었던 세월

파란 하늘 아래 숨김이 없는 너의 삶

여전히 깨끗해서 태양의 눈도 모래톱에서 하얗게 부서진다.

 

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