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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상추쌈/시 장지원

노파 2022. 6. 8. 04:40

 

상추쌈

장지원

 

 

혼자 먹는 점심이라

입맛을 확 사로잡을 생각을 하다

주마등 같이 지나가는 옛 시절, 어느 날 점심

찬밥에 부루 쌈, 누런 생된장, 풋고추에 고추장 식구들의 손이 바쁠 듯도 하다

 

바로 그것이야

서둘러 맞춤 점심상을 위해 보리밥을 앉힌 후

상추를 씻고, 풋고추 따고 생된장에 고추장까지 소박한 밥상이다

 

상추 두 잎에 된장을 놓고 보리밥 떠 한 입 가득 밀어 넣고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으니

옛날 흑백 사진에 수채화 물감을 덧입혀 옛 유물을 복원하는 과정 같았다

비로써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 맛이야 이 맛

 

세월은 흘러도 입맛은 그대로다

‘신토불이’ 나의 근본이 어딜 가겠는가마는

세월아 너는 기어이 가려나 보다

 

<노트> 신토불이身土不二: 몸과 땅은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자신이 사는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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