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고향
장지원
동짓달의 긴긴밤
추억의 불씨를 뒤적이는 화롯가
아직도 잉걸로 남아 있어
빛 바란 추억에 불 집히니 서서히 타오르는 체온
먼지 앉은 시간을 털어내는 벽시계
중앙선 KTX를 앞세우고 3등 완행열차에 몸을 싣는다.
눈 덮인 들판을 느리게 지나 어두운 터널을 수없이 지나면 바람이 쌘 풍기역
고향의 그리움이 진하게 눈시울에 녹아내린다.
탑들이 동구 밖 느티나무는 세월을 지키다 나목이 되었다
잔가지에 이는 바람소리마저 정겹다
코스모스 반기던 길엔 눈 발자국 찍어 나 알리고
호박넝쿨 늘어지던 담장 너머로 눈도장 찍으며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그 때 동무들 다 어디가고 고요가 먼지처럼 내려앉는 고향
무엇이 그리도 좋던지 왁자지껄 놀던 정겨운 집
그 창가엔 불이 꺼진지 오래
바람도 무심히 오가다 주저앉은 처마
밤이 깊어 가는데도 일어설 줄 모른다.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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