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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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보랏빛 사파리/시 장지원

노파 2020. 4. 5. 06:01


보랏빛 사파리

장지원

 

 

짧은 삶이라지만

신물 나게

넌덜머리나는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숙연하게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꽃잎 지듯 소리 없이 마감 하는 사람들

 

넓지도 좁지도 않은

보랏빛 사파리

겉옷 한 벌 벗어 두면

충직한 집사는

내 이름 석 자 초혼¹을 불러주겠지

 

예루살렘으로

가버나움으로

갈릴리로

사마리아로

당신의 길을 가시다

오갈 데 없어 갈바리산 그 품이 얕은 밤

 

하늘이 얕아서인지

삿갓 쓰고

시류² 따라 가는 순례자

거친 길에

족적이 선명하도록

이슬이 바람이 있어 쉬슬어지는 길

 

<노트> 초혼招魂¹: 사람이 죽었을 때, 죽은 이의 혼을 소리쳐 세 번 부르는 일

시류時流²: 한 시대를 흘러가는 삶.

 

202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