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사파리
장지원
짧은 삶이라지만
신물 나게
넌덜머리나는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숙연하게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꽃잎 지듯 소리 없이 마감 하는 사람들
넓지도 좁지도 않은
보랏빛 사파리
겉옷 한 벌 벗어 두면
충직한 집사는
내 이름 석 자 초혼¹을 불러주겠지
예루살렘으로
가버나움으로
갈릴리로
사마리아로
당신의 길을 가시다
오갈 데 없어 갈바리산 그 품이 얕은 밤
하늘이 얕아서인지
삿갓 쓰고
시류² 따라 가는 순례자
거친 길에
족적이 선명하도록
이슬이 바람이 있어 쉬슬어지는 길
<노트> 초혼招魂¹: 사람이 죽었을 때, 죽은 이의 혼을 소리쳐 세 번 부르는 일
시류時流²: 한 시대를 흘러가는 삶.
2020.3.11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시 장지원 (0) | 2020.04.06 |
---|---|
내가 선 지경을 살펴라-아침의 소리/시 장지원 (0) | 2020.04.05 |
봄의 징검다리/ 시 장지원 (0) | 2020.04.03 |
민화속의 비밀/시 장지원 (0) | 2020.04.02 |
건드리지 말았어야하는 세월/시 장지원 (0) | 2020.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