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
老波
섣달은
독에서 졸던 시간을 퍼내더니 찬물을 끼 얻는다.
탱글탱글 뽀얀 내 몸에 빗살 얼음 설빔으로 갈아입는다.
가는 세월의 제물이 되는 순간, 흰 피를 쏟고 범상치 않게 길을 따라 나선다.
나 보기가 싫었던지
왕소금을 듬뿍 뿌리는 살갗이 아리다.
가죽을 벗길 때 보다 더 큰 고통이기에 하얗게 파족(派族)이 된다.
한해의 시련도 마지막 담금질을 하는 시간
몽실몽실한 얼굴에 키까지 빼고나온
내 모습도 세련 되엣 것 만
늙은 망나니가 휘두르는 섬뜩함에 일생을 내려놓는다.
이 해를 넘기지 못해 몸은 잘리고 으깨져
험한 세월 달래주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내 이름을 듣기 좋게 불러 준다. 가래떡이라고
201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