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숙명이라 하기엔…/시 장지원

노파 2019. 3. 14. 06:53

숙명이라 하기엔

장지원

 

 

핫바지 입은 내시

홑치마 두른 시녀

모두 왕의 사람이다

성은 있어도

씨를 전하지 못하는 숙명이다

구중궁궐에서

사람 냄새 없어도 화사한 꽃과 나비로서 한때

시간은 멈추어주지 않아

한 많은 세월만 남겨두고 말없이 훌쩍 떠나는 날

산태가 빠지는 빗나간 마드리 길에서

시든 꽃, 힘겨워 할 때

지친 나비, 지평선을 홀로 걸어야 할 때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기막힌 현실을

맞닥뜨려 봐야 그때 알겠지

 

2019.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