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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산촌의 밤/시 장지원

노파 2017. 8. 16. 09:04

산촌의 밤

장지원

 

 

하루해 쫓기듯

서산마루에서 숨 고를 때

사계는 어둠으로 거적 말이 해

갖은 풀벌레 소리에

애를 끊어 받쳐놓고

찬 밥 한 덩이 물말아도 임의 달이 뜬다

딸그락 거리는 숟가락 소리에도 놀라는 빈 가슴

밤기운 내려앉은 비탈 길

차가운 이슬을 물고 말이 없다

밤이 길어 외로운 궁노루

앞산 뒷산 서둘러 잠든 척 하는데

이 밤을 지키기라도 하듯

뚫어진 문구멍으로 슬쩍 들이미는 그 달

야속하게도, 무심히 이는 육체의 갈증이

궁노루의 밤을 힘들게 한다

 

2017.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