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밤
장지원
하루해 쫓기듯
서산마루에서 숨 고를 때
사계는 어둠으로 거적 말이 해
갖은 풀벌레 소리에
애를 끊어 받쳐놓고
찬 밥 한 덩이 물말아도 임의 달이 뜬다
딸그락 거리는 숟가락 소리에도 놀라는 빈 가슴
밤기운 내려앉은 비탈 길
차가운 이슬을 물고 말이 없다
밤이 길어 외로운 궁노루
앞산 뒷산 서둘러 잠든 척 하는데
이 밤을 지키기라도 하듯
뚫어진 문구멍으로 슬쩍 들이미는 그 달
야속하게도, 무심히 이는 육체의 갈증이
궁노루의 밤을 힘들게 한다
201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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