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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고독을 뿌리는 가을비/시 장지원

노파 2017. 8. 14. 06:23

고독을 뿌리는 가을비

장지원

 

 

가을비

양철지붕에 흩어지는 날

얕은 밤 길게 지키다

잠 못 이루어

턱밑까지 차오르는 고독

열린 창으로

스멀거리며 살아나는 실없던 일들이

찌그러진 머그잔에 차오른다

가을빈

동공에 심지를 갈아도

사를 수 없는 고독

현실을 낙수의 가락으로 이어가는 손등에도 가을의 물이 든다

세찬 빗줄기에

심장까지 젖어 소리 없이 떨어지는 체온

다 식은 커피 잔 기울이는

사색의 시간

희미한 달그림자 밟으며

불 꺼지지 않는 창가에 가을은 깊어만 간다

 

201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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