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뿌리는 가을비
장지원
가을비
양철지붕에 흩어지는 날
얕은 밤 길게 지키다
잠 못 이루어
턱밑까지 차오르는 고독
열린 창으로
스멀거리며 살아나는 실없던 일들이
찌그러진 머그잔에 차오른다
가을빈
동공에 심지를 갈아도
사를 수 없는 고독
현실을 낙수의 가락으로 이어가는 손등에도 가을의 물이 든다
세찬 빗줄기에
심장까지 젖어 소리 없이 떨어지는 체온
다 식은 커피 잔 기울이는
사색의 시간
희미한 달그림자 밟으며
불 꺼지지 않는 창가에 가을은 깊어만 간다
201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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