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보릿자루/시 장지원

노파 2026. 4. 15. 00:03

 

보릿자루

장지원

 

 

‘겉보리 서 말이면 처가살이 안 한다’

장부의 삶이 객기가 아니 길

사람 일은 호구戶口에서 답을 구하다

차마 몰랐던 일 있어

밀쳐놓은 보릿자루 놓고 이리저리 말 많은데

 

꽁보리밥을 먹느니 차라리 라면을 먹지

세월에 밀리면 서럽지나 않을걸

입맛에 돌리니 까슬까슬 혓바늘 돋는구나!

 

뒷방으로 밀려난 보릿자루

추운 들 더운 줄

잘 가는 세월이

그 시간 아픈 줄 알까

 

세월을 돌려세워 시간 여행이라도 하면

그 지긋지긋하던 보릿고개 알까

푸른 싹부터 잘라먹다 보면

밭 한 귀퉁이 사라지기 일쑤

그때 효자는 대장부 어깨에 겉보리 서 말이었다네

 

그때 사람 아니라고

밀쳐놓은 보릿자루 취급하는데

야야, 네 잘나가는 시간 멈추면 큰일이지만, 가다 보면

이 보릿자루가

네 어깨에 메인 풀기 빠진 그 보릿자루 아니겠나?

장부의 삶이란 게 이만하면 되지!

 

2026.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