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릿자루
장지원
‘겉보리 서 말이면 처가살이 안 한다’
장부의 삶이 객기가 아니 길
사람 일은 호구戶口에서 답을 구하다
차마 몰랐던 일 있어
밀쳐놓은 보릿자루 놓고 이리저리 말 많은데
꽁보리밥을 먹느니 차라리 라면을 먹지
세월에 밀리면 서럽지나 않을걸
입맛에 돌리니 까슬까슬 혓바늘 돋는구나!
뒷방으로 밀려난 보릿자루
추운 들 더운 줄
잘 가는 세월이
그 시간 아픈 줄 알까
세월을 돌려세워 시간 여행이라도 하면
그 지긋지긋하던 보릿고개 알까
푸른 싹부터 잘라먹다 보면
밭 한 귀퉁이 사라지기 일쑤
그때 효자는 대장부 어깨에 겉보리 서 말이었다네
그때 사람 아니라고
밀쳐놓은 보릿자루 취급하는데
야야, 네 잘나가는 시간 멈추면 큰일이지만, 가다 보면
이 보릿자루가
네 어깨에 메인 풀기 빠진 그 보릿자루 아니겠나?
장부의 삶이란 게 이만하면 되지!
2026.4.14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느 봄날의 초상初喪/시 장지원 (0) | 2026.04.16 |
|---|---|
| 가장 불쌍한 사람/시 장지원 (0) | 2026.04.15 |
| 마음에서 살아나는 사랑/ 시 장지원 (0) | 2026.04.14 |
| 내 숨질 때 되도록……/시 장지원 (0) | 2026.04.13 |
| 벚꽃 피는 길/시 장지원 (0) | 2026.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