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지구 위에 평행선/시 장지원

노파 2026. 3. 4. 00:03

지구 위에 평행선

장지원

 

 

쌍벽을 이루듯

유연성이 필요한 굽은 길에서

이념의 모난 벽을 쌓아 올리는 평행선

새벽 선잠에서 깨어나야 하는 절규

붉은 깃발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악마의 평행선

육천 년 전에도 그랬으니

그 길엔 스치는 인연도 없이

황량이 달리는 평행선

악마의 야욕에 도취 돼

피에 취해야 잠을 청하는 사탄의 후예들

그의 제물이 되는 어이없는 시각

영혼은 불티 되어 하늘에 별똥이 되고

갈기갈기 찢기는 육체의 비리함에 넌더리를 내는 이 땅

지구의 운명이 정녕 붉은 그 손안에 있단 말인가?

차가운 노을이 잔인하게도 붉은 깃털을 뽑아 날리는 시각

안식의 시간이 그리울 뿐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숙명의 시간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도 없는 평행선

이 길에 피 묻은 붉은 깃발만이 세풍에 펄럭인다.

 

202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