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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까치 소리/시 장지원

노파 2025. 5. 28. 04:24

 

까치 소리

장지원

 

 

초봄이라지만 쌀살한 날씨

까치 소리가 특별한 아침

집 앞 전주에

어디서 이주해 온 까치 한 쌍

날렵하게도 한 달 만에 집을 짓고

숨죽여 산란하여

따뜻하게 알을 품어

기차게 부화하더니

두 마리의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한국전력의 사람들

까치집을 뜯는단다

한 2주만 기다리면 새끼를 키워 나갈 텐데

사정을 봐주었으면 부탁을 해 보았다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하는 말 속에 거절의 뜻이 분명했다

정중히 부탁도 해 봤지만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그들이 돌아간 후 바로 철거반이 들이닥쳤다

고가사다리가 펴지고

작업자가 까치집에 접근하니 논란 까치 부부가 소리를 하며 결사적으로 저항한다

나는 관계자에게 다시 한번 부탁했다

며칠만 기다려주면 새끼가 다 커서 떠날 텐데

집을 뜯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기어코 뜯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집이 허물어지고 까치 부부는 주위를 맴돌며 애타게 소리를 지르며 저항한다

새끼 두 마리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한국전력의 사람들이 떠난 다음

나는 두 마리의 새끼를 상자에 담아 작은 나뭇가지에 올려 주었다

새끼가 조금씩 날 수 있는지라 금세 탈출한다

그 사이 새끼를 잃은 어미 까치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내가 가해자로 그들에게 비친 게다

참으로 비참한 광경이 벌어진 게 맞다

집도 잃고, 새끼도 잃은 까치의 슬픔

그의 본능적인 모성애가 분노로 발동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그들의 행복을 빌었지만, 허사가 되고 말았다

오늘의 불행을 막지 못한 게

그들에게 악랄한 폭도로 뒤바뀌고 만 것이다.

 

그러는 사이 밤이 되었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간밤에 상황이 못내 마음에 걸려 일찍이 밖엘 나가 보았다

까치 부부는 뜬눈으로 밤을 새운 듯

나를 보고는 달려들 듯 공격을 해오는 게 아닌가

참 난감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답답하고 심란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까치한테는 아주 미안했다.

 

인간들의 문명의 이기에 누군가가 이유 없이 당하는 불행이다

까치집을 뜯고 새끼를 사지로 몰아내고 간

그 사람들은 간밤이 편안한 밤이 되었을까?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주는 새로 알고 있는 길조 아닌가

까치로서 인간에 대한 배신감을 어떤 이야기로 이해시키고 달랠 수 없다는 게

나를 더 심란하게 하고 있다

 

만감이 교차하는 아침

지금도 전주에서 그들의 아픔을 소리소리 하는 까치 부부의 절규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알 수 없어

내 마음이 더 심란하다

지금 밖에는 봄비가 차갑게 내리기 시작한다

사라진 두 마리의 까치 새끼들은 어디서 어떻게 안전할 수 있을까

그들이 서로 만나서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가 믿는 조물주에게 구원의 자비를 구해본다.

 

<노트> 2025년 3월 25일에 관련 글(https://tank153.tistory.com/10422)을 쓰고 44일 만에 이 글을 쓴다.

 

20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