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소리
장지원
초봄이라지만 쌀살한 날씨
까치 소리가 특별한 아침
집 앞 전주에
어디서 이주해 온 까치 한 쌍
날렵하게도 한 달 만에 집을 짓고
숨죽여 산란하여
따뜻하게 알을 품어
기차게 부화하더니
두 마리의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한국전력의 사람들
까치집을 뜯는단다
한 2주만 기다리면 새끼를 키워 나갈 텐데
사정을 봐주었으면 부탁을 해 보았다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하는 말 속에 거절의 뜻이 분명했다
정중히 부탁도 해 봤지만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그들이 돌아간 후 바로 철거반이 들이닥쳤다
고가사다리가 펴지고
작업자가 까치집에 접근하니 논란 까치 부부가 소리를 하며 결사적으로 저항한다
나는 관계자에게 다시 한번 부탁했다
며칠만 기다려주면 새끼가 다 커서 떠날 텐데
집을 뜯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기어코 뜯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집이 허물어지고 까치 부부는 주위를 맴돌며 애타게 소리를 지르며 저항한다
새끼 두 마리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한국전력의 사람들이 떠난 다음
나는 두 마리의 새끼를 상자에 담아 작은 나뭇가지에 올려 주었다
새끼가 조금씩 날 수 있는지라 금세 탈출한다
그 사이 새끼를 잃은 어미 까치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내가 가해자로 그들에게 비친 게다
참으로 비참한 광경이 벌어진 게 맞다
집도 잃고, 새끼도 잃은 까치의 슬픔
그의 본능적인 모성애가 분노로 발동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그들의 행복을 빌었지만, 허사가 되고 말았다
오늘의 불행을 막지 못한 게
그들에게 악랄한 폭도로 뒤바뀌고 만 것이다.
그러는 사이 밤이 되었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간밤에 상황이 못내 마음에 걸려 일찍이 밖엘 나가 보았다
까치 부부는 뜬눈으로 밤을 새운 듯
나를 보고는 달려들 듯 공격을 해오는 게 아닌가
참 난감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답답하고 심란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까치한테는 아주 미안했다.
인간들의 문명의 이기에 누군가가 이유 없이 당하는 불행이다
까치집을 뜯고 새끼를 사지로 몰아내고 간
그 사람들은 간밤이 편안한 밤이 되었을까?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주는 새로 알고 있는 길조 아닌가
까치로서 인간에 대한 배신감을 어떤 이야기로 이해시키고 달랠 수 없다는 게
나를 더 심란하게 하고 있다
만감이 교차하는 아침
지금도 전주에서 그들의 아픔을 소리소리 하는 까치 부부의 절규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알 수 없어
내 마음이 더 심란하다
지금 밖에는 봄비가 차갑게 내리기 시작한다
사라진 두 마리의 까치 새끼들은 어디서 어떻게 안전할 수 있을까
그들이 서로 만나서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가 믿는 조물주에게 구원의 자비를 구해본다.
<노트> 2025년 3월 25일에 관련 글(https://tank153.tistory.com/10422)을 쓰고 44일 만에 이 글을 쓴다.
20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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