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해 사이에 서서
장지원
가시밭을 걷듯
아리면서 고달팠던 날들이 받아놓은 날처럼 다가와
아련히 옛 고[古]란 마침표 찍어놓고 휙 사라지던 날
사람들은 덤덤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던 날
12월의 찬 바람 부는 골목엔 사람들 발길이 뜸하다
마음의 고통이 가슴에 상처로 유물이 되어 벽 속에 갇힌다
말라비틀어진 목어의 입 또한 한 세기를 기다려야 할 듯 수색이 깊다
황량한 들판이 제 것인 양 빛바랜 허수아비
가을에 꺾어둔 들국화는 종이꽃이 되어 향기조차 없다
이제 상고대 피고, 눈꽃이 피는 날 세상은 숨죽여 삼 동을 나겠지
우리네 삶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연장을 걸어 던져주는 새해
그 경계가 모호해 나도 모르게 닿는 발길
졸지에 과거와 현실 사이에 서 있는 나
사람들은 내일을 위해 분주히 뛰고 있는 것 같지만
오늘 자랑할 게 없어 변명하기에 바쁘다.
20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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