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에 어이가 없다
장지원
2024년 11월 27일
첫눈으로 시작한 폭설
이틀째 표정도 바꾸지 않고 퍼붓는다
첫사랑에 바치는 첫눈치고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
이리도 퍼붓나!
첫눈에 꽁꽁 갇혀버리는 마음
첫사랑도
겨울의 낭만도
이 시절이 몽땅 틀어쥐고
모두의 숨통을 조이는 그림
누가 돌리는지
세차게 돌아가는 맷돌에
어이가 보이지 않는구나!
2024.11.28
<노트> 참고 기사
잠든 사이 펑펑…야행성 폭설, 올겨울 내내 덮친다
기상청에 따르면, 27~28일 한반도 북쪽에서 내려온 북극 찬 바람 등이 서해 상공에서 수증기를 추가로 공급받아 거대한 눈구름대가 형성됐다. 때마침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 구조로 인해 중부지방 부근에는 동서로 길게 ‘바람길’이 열렸고, 이를 따라 눈구름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을 집중 강타했다. 이 기간 경기 용인에 최대 47.5㎝의 눈이 쌓였고, 경기 군포(43.1㎝)·수원(43㎝), 서울 관악(41.6㎝), 충북 진천(40.6㎝) 등에도 40㎝ 넘는 적설이 기록됐다.

이번 눈은 지난 26일 한반도 북쪽 상공에 절리(切離) 저기압이 형성되며 시작됐다. 절리 저기압이란 북위 30~35도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의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이다.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구를 계속 돌면서 불며 지구 전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바람이다. 특히 북극 찬 바람의 남하를 가둬서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바람 중 일부가 뚝 떨어져나와 영하 40도 북극 한기를 머금은 공기 덩어리가 돼 한반도 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특히 한반도 북쪽으로는 절리 저기압, 서쪽으로는 대륙 고기압이 각각 자리하면서 그 사이로 강한 바람이 불어드는 기압 구조가 만들어졌다. 마치 깔때기로 물이 모여서 쏟아져내리듯, 서해상에 광범위하게 만들어진 눈구름대는 중부지방의 인천 쪽으로 동진하면서 길고 좁게 형성된 바람길을 따라 하나로 모여들었다. 이에 한반도 내에서도 위도에 따라 극과 극의 적설량 차를 보였다. 영남권에선 경북 봉화(14.1㎝)와 경남 함양(10.6㎝), 호남권에선 충청도와 가까운 전북 진안(25.7㎝)과 전남 구례(5.1㎝)에 비교적 눈이 내렸으나 중부지방과는 차이가 컸다. 부산·울산·대구·전주등에는 눈이 아예 쌓이지 않았다.
절리 저기압에 의해 눈이 내리는 것은 겨울에 흔히 있는 현상이지만, 이번 폭설의 적설량은 너무 많았다. 현재 서해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상태다. 바다는 비열(比熱·온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크기 때문에 육지와 비교해 뜨거워질 때 서서히 뜨거워지고, 식을 때도 서서히 식는다. 지난여름 폭염에 의해 육지와 바다가 모두 뜨거워졌지만, 육지는 찬 바람이 불면 금세 식는 데 반해 바다는 아직까지 폭염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수증기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눈구름대의 덩치를 키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다가 예년보다 뜨겁지 않았다면 적설량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눈은 지난여름 ‘야행성 폭우’처럼 밤사이 집중됐다. 눈구름대는 ‘해기차’(대기와 바닷물의 온도 차)에 의해 발달한다. 바다가 이미 더운 상태에서 해가 떨어진 밤에 대기 온도가 더 내려가며 눈구름 발달을 촉진했다. 낮 동안은 눈구름대가 발달해도 이동 과정에서 녹기도 하고, 눈으로 내리더라도 영상권 기온 때문에 녹는 양이 많다. 반면 밤 동안은 영하권으로 수은주가 떨어졌던 탓에 출근길 도로에 나오면 눈이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야행성 폭설’은 겨우내 반복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가 빠르게 식으면 문제없지만, 온난화 여파로 대기의 열을 바다가 머금은 양이 많다 보니 한겨울에 다다를 때까지 쉽게 온도가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겨울 한복판으로 갈수록 대기는 점점 차가워지는데 바다는 여전히 덥다 보니 해기차도 점점 커져 눈구름대가 더 크게 발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뜨거운 바다가 여름에는 물 폭탄을, 겨울에는 눈 폭탄을 한반도로 배달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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