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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여름날의 뒤안길-8월의 마지막 휴일 아침/시 장지원

노파 2024. 8. 25. 05:28

 

여름날의 뒤안길

-8월의 마지막 휴일 아침

장지원

 

 

입추 처서가 지나니

약간의 숨통을 틔는 아침저녁의 기온 차이를 느낄 수 있어

높은 햇볕이 따갑기까지 해

가을은 오는가 보다

그 치열했던 여름날 하루하루가 전쟁터였다면

머리띠 두르고 논밭에서 쓰러진 사상자가 얼마나 되었는지조차

소리 없는 총성에 피를 흘려야 했던 전사들

삶에 충실했을 뿐인데

여름이 휩쓸고 간 전장은

타 죽은 곡식 싹만큼이나 사람들을 솎아내 들녘을 바라보니 허전하다

연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가슴에 진한 위로를 주는 듯

추수의 감동을 안겨주고파 애를 쓴다

그 치열했던 여름날의 전장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

오늘이 있기까지

나 여기 오기까지

산다는 게 전쟁, 전장의 전사가 되었었다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얻는 대가,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이름 모를 비목을 세우고 두 손 모아 머리를 숙여본다.

 

2024.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