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뒤안길
-8월의 마지막 휴일 아침
장지원
입추 처서가 지나니
약간의 숨통을 틔는 아침저녁의 기온 차이를 느낄 수 있어
높은 햇볕이 따갑기까지 해
가을은 오는가 보다
그 치열했던 여름날 하루하루가 전쟁터였다면
머리띠 두르고 논밭에서 쓰러진 사상자가 얼마나 되었는지조차
소리 없는 총성에 피를 흘려야 했던 전사들
삶에 충실했을 뿐인데
여름이 휩쓸고 간 전장은
타 죽은 곡식 싹만큼이나 사람들을 솎아내 들녘을 바라보니 허전하다
연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가슴에 진한 위로를 주는 듯
추수의 감동을 안겨주고파 애를 쓴다
그 치열했던 여름날의 전장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
오늘이 있기까지
나 여기 오기까지
산다는 게 전쟁, 전장의 전사가 되었었다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얻는 대가,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이름 모를 비목을 세우고 두 손 모아 머리를 숙여본다.
202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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