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일기
장지원
초여름답지 않은 날씨
마을 한가운데 심정深井 하나 파 놓고
주민들의 물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먼지를 날린다.
뜰에 심은 상추가 한나절 태양과 씨름을 하더니 지친 듯 사지를 축 늘어뜨렸다.
요즘 같은 일기에 시련이 깊은 듯하다
그저께 비가 왔는데, 너 왜 그러냐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오후 4시 현재 기온이 섭씨 30℃
이 기온을 잡아야 하는데
농심이 동분서주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 날씨가 동남아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간다는 이야기가 빈말이 아닌가,
우기도, 하루에 한 차례 오는 비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자연히 기다려지는 현상일 거다.
지구의 위도가 기울어지고 있는 건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날씨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물어볼 사람도, 자신에게 물어봐도 대답할 말이 없을 거다.
수로의 물을 퍼 나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금세기 들어 하나의 시련에 익숙해지자면 얼마나 많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
내 머리론 계산이 안 된다.
이런 기후에 따라오는 것이 재해와 재난이다.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금세기에 드문 재앙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상추 이야기에서 너무 나간 이야기인가?
가물어 말라죽은 상추 몇 포기 뽑아버리면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깊이 골똘히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오늘따라 하루해가 너무 길다.
신의 자비를 구해 본다.
202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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