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의 바람
장지원
삭풍이 불던 날
문풍지 요란하게 떨면
정월의 찬기가 햇살과 같이
문구멍 사이로 들어와 방 안을 휘젓던 날
할머니의 지혜가 시절의 무릎도 꿇린다
정월, 소지를 달고 남은 한지 조각으로
손주들의 손가락 자국을 때우시던 할머니의 마음
봄을 불러놓고
바람에 쫓겨가신 우리 할머니
겨울 맛이 삭풍이라면
문풍지 떠는소리 들을 때마다
그 겨울이 생각나
내 눈시울에도 잔설이 맺힌다
겨울 속에 햇살은
밥술을 문질러 문풍지 바르시던
할머니의 사랑
하얀 눈 위에 얼굴을 그리면 정월의 바람이 쓰러 가더라
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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