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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정월의 바람/시 장지원

노파 2024. 4. 30. 04:40

 

정월의 바람

장지원

 

 

삭풍이 불던 날

문풍지 요란하게 떨면

정월의 찬기가 햇살과 같이

문구멍 사이로 들어와 방 안을 휘젓던 날

할머니의 지혜가 시절의 무릎도 꿇린다

 

정월, 소지를 달고 남은 한지 조각으로

손주들의 손가락 자국을 때우시던 할머니의 마음

봄을 불러놓고

바람에 쫓겨가신 우리 할머니

 

겨울 맛이 삭풍이라면

문풍지 떠는소리 들을 때마다

그 겨울이 생각나

내 눈시울에도 잔설이 맺힌다

 

겨울 속에 햇살은

밥술을 문질러 문풍지 바르시던

할머니의 사랑

하얀 눈 위에 얼굴을 그리면 정월의 바람이 쓰러 가더라

 

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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