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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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고향을 노래하던 날/시 장지원

노파 2023. 5. 26. 04:40

 

고향을 노래하던 날

장지원

 

 

수많은 노랫가락 중에

고향의 노래는

어떤 장단에 맞추면 좋을까?

 

추억의 악동들이 부르던 노래는 휘몰이장단

사랑을 싹틔우던 처녀, 총각들을 노래는 자진모리장단

고향이 그리워 부르는 노래라면 굿거리장단이 좋겠지

 

내 고향 땅도 철철이 갈아입는 옷

소 몰아 꼴 먹이던 구비 진 언덕 받지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낮잠 자던 나직한 산기슭

뭐가 그리 좋아 배꼽 잡고 웃고 웃던 악동들의 얼굴

 

불러도 불러봐도 닳지 않는 이름

생각하면 할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고향길

무심코 떠났다, 돌아서는 발 길이 허전해 죽령 마루에 들르던 날

세월을 말아 헛헛한 속 달랠 때

서쪽 하늘에 걸린 반달이 짓궂게도 갈 길을 재촉하더라

 

눈에 익은 듯, 5번 국도가 옛길이 아니더라

어릴 적에 부르던 고향의 노래를 굿거리장단에 올리니

동무 생각에 다시 길을 돌릴 수도 없어

고향이 뭔지,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노래가 되려나 보다

 

2023.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