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구름 따라
장지원
세월이 목어에게 던지는 말
말 좀 해 봐라
말인즉
허구한 날 글만 들여다보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구박하면
목어도 대답지 않은 말을 어찌할 수 있으랴
바람 불면, 바람 분다. 쓰고
구름 가면, 구름이 간다. 쓰고
그렇게 하다 보면 내 글에도 마침표 찍을 날도 있겠지
목마르면 이슬로 목 축이고
시장할 땐 한술에도 허기 면할 테고
달 소나무 가지에 걸리면 밤이 청명해 좋고
눈비 오고 흐린 날은 산새도 추녀 끝에 깃 접는데……
글이라는 게 몸은 뺐을 수 없어도
마음은 가질 수 있어,
발길 닫아 묵는 곳이 도원이라
이만하면 글쟁이답지 않은가
202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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