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詩

바람 따라 구름 따라/시 장지원

노파 2023. 4. 24. 04:40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장지원

 

 

세월이 목어에게 던지는 말

말 좀 해 봐라

말인즉

허구한 날 글만 들여다보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구박하면

목어도 대답지 않은 말을 어찌할 수 있으랴

 

바람 불면, 바람 분다. 쓰고

구름 가면, 구름이 간다. 쓰고

그렇게 하다 보면 내 글에도 마침표 찍을 날도 있겠지

 

목마르면 이슬로 목 축이고

시장할 땐 한술에도 허기 면할 테고

달 소나무 가지에 걸리면 밤이 청명해 좋고

눈비 오고 흐린 날은 산새도 추녀 끝에 깃 접는데……

 

글이라는 게 몸은 뺐을 수 없어도

마음은 가질 수 있어,

발길 닫아 묵는 곳이 도원이라

이만하면 글쟁이답지 않은가

 

2023.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