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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콩가루 집안/시 장지원

노파 2022. 8. 4. 04:40

 

콩가루 집안

장지원

 

 

어느 한적한 마을에

근면한 100 석지기 남자가 있었다.

여우 같은 마누라에

두꺼비 같은 아들과 토끼 같은 딸 남매를 보고

뻐꾸기 같은 젊은 머슴도 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올해도 그 넓은 전지에 씨앗을 다 내고

텃밭 한 때기를 남겨두고

밥상머리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남편은 ‘흰콩을 심자’고 운을 뗐다.

젊은 머슴이 말을 받아 ‘붉은 팥을 심자’고 응수 했다

듣고 있던 마누라 왈 ‘콩도 심고 팥도 심어’

‘된장 맛도 보고 떡고물 맛도 보면 좋겠다.’고 했다

듣고 있던 딸이 ‘그럼 나는 콩쥐팥쥐 되는 거야’

이를 듣고 있던 아들이 ‘애는 뭘 모르네, 콩가루 집안이 되는 거지 뭐’

마누라 왈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나는 겨,’

‘그 씨가 어디 간담, 밭이 좋으니 잘 될 껴……’

 

욕심이 과하면 미치지 못 함 만 못하다.

 

202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