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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내 사는 날 빚이어라/시 장지원

노파 2020. 3. 25. 06:03


내 사는 날 빚이어라

장지원

 

 

봄이 흘리는 눈물

소매 끝에 훔치던 아이

그 때의 시련

아이에겐 감당하기조차 힘들던 염병이라고도 하는 윤감

안방 윗목에 밀쳐놓은 나의 애총

지금도 생각이 나 잊을 수 없다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었나를 살피는 참혹한 시간

12살의 소년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신의 시간은 내 편에서 야윈 손을 잡아줌은 이유가 있음이다

나이 70이 되어서야 알 것 같은 일

그때는 보살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로 3년 반 후 하나님의 아들로 거듭 난다

신은 할 일이 있어

모세의 무덤을 치우신 하늘 아버지시다

아이의 무덤을 유보하신 이도 그 하나님 아버지

경자년庚子年 흘리는 우리의 눈물

여기서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세월을 앞세워 놓고

하나님은 우릴 깨우쳐 주실 게다

내 사는 날 빚이어라

 

2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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