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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람소리/시 장지원

노파 2019. 10. 29. 06:29


바람소리

장지원

 

 

바람 소리에 잠을 설친다.

바람 소리에 잠들지 못하는 풀, 잎사귀들

밤새 불어도 걷어내지 못하는 어둠

어찌 바람을 나무라겠는가.

 

때 맞춰 불어주는 바람이 있다

봄을 알리는 높새바람

여름을 풍성케 불어주는 비바람

가을을 재촉 하는 하늬바람

겨울을 여미는 삭풍

그 성격하나 나무랄 때 없는 바람이잖은가

 

자투리 시간이라도 내어 쉬고 싶은데

삶을 누리며 즐기고 싶은데

하루를 지쳐 쓰러지게 하는 바람이 싫다

살기 위해 흔들려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잎 하나라도 떨어져야 하고

격하게 가지가 꺾이고 뿌리까지 흔들려 몸살을 하게 한다

 

오늘도 몸부림을 치는 바람

시련에 빠지는 우리

아직도 성장 통을 겪어야 하는 주문이라면 우리 미개하지 않은가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바람소리가

오늘도 숨 가쁘게 들린다.

 

2019.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