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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심

<연필심>임진년 새해 성묘 길에서

노파 2012. 1. 5. 11:51

2012년1월4일 수 맑음

임진년 새해 성묘 길에서

 

 

며칠째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수은주의 깊이를 연일 내리꽂는 임진년 새해, 양평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고 나니 이제 고향을 가는구나 싶었다. 내가 그리는 고향은 첫째 부모님 산소가 있다. 둘째 어릴 때 뛰어 놀던 산천이 그대로 있고, 옛 추억의 심지에 불을 붙여줄 수 있는 옛 친구가 있음이다. 탑들이(경북 영주시 부석면) 입구 당 나무 느티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고 나의 인사를 받는 게 언제나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보는 부모님 산소는 벌서 아들이 오는 것을 알았는지 유택의 삽짝을 열어 놓고 따스한 불빛을 밝혀놓고 나를 기다리는 듯하다. 당 나무는 나를 보더니 손사래 저으며 빨리 가보라고 한다. 만삭인 둘째 딸과 산소를 오르면서 발밑에 자박이는 낙엽 소리가 걸음을 재촉 한다. 힘들어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 선 만삭의 손녀와 같이 그간의 안부를 여쭙는다. 두 분이 말은 없어도 봉분 위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아 따스한 느낌은 딸의 뱃속에 있는 현명(태명)이를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 큰 딸과 같이 못 온 것이 송구했다. ‘이번 설이 지나면 큰 딸은 호주에서 둘째 우동(태명)이를 둘째딸도 한 달 상간에 현명이를 해산하게 됩니다.’ 이렇게라도 뵈니 저의 마음이 조금은 편하답니다. 아버님 어머님 다음에 올 때는 증손을 데리고 올 태니 기다려 주세요. 남서쪽에서 걸어온 햇살이 차가운 유택에 군불을 집히려는지 따뜻하게 내리쪼인다. 오늘밤 아랫목은 따뜻 하려는지 아들의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