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어느 선비의 설 풍경/시 장지원

노파 2019. 2. 6. 05:42

어느 선비의 설 풍경

장지원

 

 

붓 한 자루

한지 한 장

둘둘 말아 손에 드니

가난한 선비의 섣달그믐 차례 상 장보기란다.

 

정월 초하루 아침

의관 정제 하고 한 방울의 먹을 갈아 붓 끝에 찍어 차리는 차례 상

조상님 전 상제

떡국, , 두부전, 배추전,

산적, 육전, 어전,

육탕, 소탕, 어탕, 간장, 물김치

식해, 청주, 향불

가득히 써 차려낸 차례 상

 

가슴에 향불을 붙이니 향연이 차오르는 마음

조상님 면전에서

붓 한 자루 들고 음복까지 하려니 세월이 밀려오른다

눈가에 맺히는 이슬을 모아 다시 붓을 잡아

인생무상人生無常

내년무상來年無常

이라 쓰는 선비의 정월초하루

 

20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