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비의 설 풍경
장지원
붓 한 자루
한지 한 장
둘둘 말아 손에 드니
가난한 선비의 섣달그믐 차례 상 장보기란다.
정월 초하루 아침
의관 정제 하고 한 방울의 먹을 갈아 붓 끝에 찍어 차리는 차례 상
조상님 전 상제
떡국, 포, 두부전, 배추전,
산적, 육전, 어전,
육탕, 소탕, 어탕, 간장, 물김치
식해, 청주, 향불
가득히 써 차려낸 차례 상
가슴에 향불을 붙이니 향연이 차오르는 마음
조상님 면전에서
붓 한 자루 들고 음복까지 하려니 세월이 밀려오른다
눈가에 맺히는 이슬을 모아 다시 붓을 잡아
인생무상人生無常
내년무상來年無常
이라 쓰는 선비의 정월초하루
20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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