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손빨래이야기/시 장지원

노파 2019. 1. 22. 05:45

손빨래이야기

장지원

 

 

빨래는 어떻게 해야 그림이 좋을까

까치 발 얼어붙는 개울에서 빨간 손 호호 불며 방망이 두들기며 해야만 하는 빨래

그렇게 손빨래 해야만 했을까

 

섣달이 되면 새해에 덮을 이불과 옷을 마름질 하는 게 우리네 풍습이자 자연한 몸가짐이다. 묵은 때를 빨며 식구들 수대로 이름을 뇌 새기며 정갈한 기도를 올올이 놓아 몸을 단장한다. 이에 감복한 신령은 인간의 마음을 다스려 한 해의 수복을 주관해 준다. 믿거나 말거나 강인한 여인의 기원이자 손빨래이다.

 

빨래는 어떻게 해야 편리할까

세탁기의 도움을 받으면 쉽다. 세탁소를 이용하면 더 편리하다.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좋지 않은가

 

요즘은 하루 입은 옷은 두 번 입지 않는다. 세탁을 해서 깨끗하게 입는 게 지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서로가 격의를 갖추는 예절이다. 예전 같이 장구한 한 해의 기복이 아니다. 하루의 행운을 더 간절히 바라는 자기중심적인 자신감에서 비롯된 개인주의신앙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믿거나 말거나 신은 방황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도 없이 기계적 활동이자 드라이클리닝이다.

 

옷은 벗어 빨래하면 되고 몸의 묻은 때는 샴푸하면 되는데

더러워진 마음은 어떻게 빨래할 수 있을까

사람을 깨끗이 마름질 하는 대는 믿거나 말거나 손빨래가 좋은 것 같다

 

2019.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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