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는 무엇이며, 트럼프가 원하는 이유는?
레베카 쏜 & 안나 쿤디렌코 & 나빈 싱 - BBC News 님의 스토리 • 13시간 • 4분 읽음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의 막대한 광물 매장량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며 "나라를 팔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는 희토류 및 주요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으나, 이중 다수가 현재 러시아 점령지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그동안 미국이 제공한 지원의 대가로 이를 요구한다.
지난 10일 미 '폭스 뉴스' 소속 브렛 베이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크라이나에) 5000억(약 720조원)달러 상당의 희토류를 원한다고 말했고, 그들도 본질적으로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건 진지한 대화가 아니었다"면서 "우리 나라를 팔 수는 없다"고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이러한 광물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물은 어디에 쓰이며, 미국이 누릴 이점은 무엇일까.
희토류란?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는 현대 기술과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17가지 원소를 지칭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의료 장비 등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스칸듐, 이트륨, 란탄,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프로메튬,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홀뮴, 에르븀, 툴륨, 이테르븀, 루테튬이 이에 속한다.
이 광물들은 순수한 형태로 거의 발견되지 않기에 "희귀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중 일부는 전 세계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희토류는 토륨이나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원소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분리하려면 여러 독성 화학 물질이 필요해 그 추출 과정이 때로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광물 종류는?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연합(EU)이 '주요 원자재'로 정의하는 30개 물질 중 21개가 매장되어 있으며, 주요 원자재의 전 세계 매장량 중 약 5%를 차지한다.
이러한 귀한 광물이 매장된 지역은 '우크라이나 순상지'의 남부, 주로 아조프해 남부에 몰려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키이우, 빈니차, 지토미르 지역뿐만 아니라 미들부즈에도 잠재적으로 매장량이 있을 곳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유망한 지질학적 물질 수백 개가 확인되었으나, 경제적으로 개발 가능한 곳은 이중 일부일 수 있다고 말한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배터리 원료 책임자인 아담 웹은 "지금까지의 숫자는 정말로 추정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광물 매장지가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추가 작업이 필요합니다."
'포브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다른 주요 광물 자원의 경우 약 70%가 도네츠크, 드니프로, 루한스크 지역에 매장되어 있다. 즉 러시아 점령지인 곳이 많다.
한편 희토류 외에도 우크라이나에는 리튬과 같은 주요 광물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리튬 매장량은 약 45만 톤에 달한다. 채굴 계획이 추진되긴 하였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지역의 셰브첸키브스케, 베르단스크 지역의 크루타발카 광석 매장지 등 최소 2곳에 달하는 리튬 매장지를 점령하고 있다.
키로보흐라드 지역의 리튬 매장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광물을 원하는 이유는?
희토류 및 주요 광물의 생산량 통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현재 전 세계 광물 공급량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희토류 광물 채굴 및 가공 분야의 리더로 올라서며 전 세계 생산량의 60~70%, 가공 능력의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 및 경제 측면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광물은 전기 자동차에서 군사 장비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 장비 생산에 필수적이다.
나빈 싱 카드카 BBC 환경 전문기자: '이건 역설이다'
겉으로 보면 이는 마치 역설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 연료 생산 확대 및 재생에너지 정책 폐기를 외치는 인물이다. 그런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주요 광물을 어디서든 확보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광물은 가전제품, 군사 및 내비게이션 장비는 물론, 가장 중요한 인공 지능(AI) 데이터 센터 확충의 핵심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AI 기반시설 확충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요 광물, 특히 구리, 실리콘, 팔라듐, 희토류 원소 등이 대규모로 확보되어야 한다.
주요 광물 공급량은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전 세계 청정에너지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주요 광물 자원을 중국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중 간 지정학적 상황이 그 원인인 것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광물의 가공 기술 및 관련 전문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현재 가공된 천연 흑연 및 디스프로슘 공급량의 100%, 코발트의 70%, 가공된 리튬과 망간의 거의 60%를 통제하고 있다.
희토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한 중국은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주요 광산 소유권을 바탕으로 전 세계 주요 금속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요하고 전략적인 광물에 대한 독자적이며 혁신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그린란드 등을 혁신적인 방법으로 자국의 공급망에 편입시킬 지역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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