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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그 지경에 서서/시 장지원

노파 2023. 9. 24. 05:36

 

그 지경에 서서

장지원

 

 

모세가 그 지경에 섰을 때

넘실거리며 흐르는 요단강의 물결

비옥한 가나안의 들녘

석양에 펼쳐지는 장관 앞에서

그 하루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더없이, 슬픔이었을까, 기쁨의 순간이었을까

 

다시 내려오지 못하는 느보산

오르기조차 힘들었을 텐데

하나님은 그의 마지막을-‘이만하면 되었다’라고 하신다

한 많은 삶을 이 지점에서 내려놓아야 하는 마지막 역

그를 내려놓고 조용히 흘러간 세월

 

누군가 이 지점에 서서 회한의 지도를 접는다면

세월도, 미처 감당하지 못했던 조각들을 꽁꽁 묶어 내려놓고 가겠지!

그날은 좋은 날, 피곤한 순례자가 쉴 수 있는 축복의 날

석양의 금빛 윤슬이 그의 가슴에서 일렁일 때

하나님은 이날도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말씀해 주시겠지!

 

2023.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