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태풍 『힌남노』
장지원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
철 바뀌는 게 무슨 대수라고 유난을 떠나 했는데
찢어진 지구의 한 귀퉁이
참혹한 낯선 풍경들이 허탈하다
지난여름만 해도
해변의 아름다움은 우리들이 그려
수많은 별들의 이야기가 잠들던 모래사구
나뭇가지에 걸어두면 밤바다의 유령까지 비추던 해송의 달
그 아름다운 자리마다
영혼 없는 쓰레기들로 가득한 해변
태풍이 떠난 곳마다
여전히 밝은 태양
이 많은 쓰레기를 누가 버렸나
몸살 하는 지구를 보며 우리에게 책망이라도 하는 듯하다
직설적이고도 역설적으로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찌릿하다
<노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2022년9월6일 4:50~07:10 사이 우리나라 동해로 빠져나갔다. 역대 급으로 중심기압 955hpa/풍속 시속 200km/h 강한 위력(1959년 사라 951hpa, 2003년 매미 954hpa)을 짐작할 수 있었다. 피해는 대피 2,900명, 사망 10명, 실종 2명, 부상 1명으로 집계됐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9928/관련기사
20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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