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進甲) 날
老波
辛卯年 그해
하얀 눈이 산천을 덮어, 형설의 고장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준령은 만삭의 아침을 맞는다.
신은 마고령을 넘어와 어미의 자궁을 열어 정월 토끼 한 놈을 세상으로 밀어낸다.
강보에 싼 아가를 보던 천사, 겨울 토끼 배 골지 않아야 할 텐데 귓밥을 매만진다.
숙명적 현실을 마다않고 뛰어 나왔다.
오늘이 그의 진갑 날이다.
세상을 밝게 걸어야 하는 기도를 신께 올린다.
천사도 하늘도 기뻐하실 게다.
토끼의 귀빠진 날, 하얀 눈이 땅을 덮고 내린다.
2012.2.18(辛卯年.正月.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