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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첫눈 오는 날/시 징지원

노파 2019. 12. 24. 05:14


첫눈 오는 날

장지원

 

 

첫 눈이 오는 날

설렘 머리 이고 떠나는 시간여행

먼지 앉은 책갈피 속

잠자던 기차표 한 장이 곰삭은 가슴을 흔들어댄다

 

풍기역 플랫폼을 바람이 거칠게 쓸어간다

대합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시간은 세월에 그을린 민낯 그대로

후미한 사투리가 졸던 추억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길섶에서 길게 누워 있는 선비 촌

한 세기 죽계 수 흐름을 지켜보는 소수서원

이 시절 앞에서 잠시 허청대는 시간

한나절 더 걸어 유년의 추억이 숨 쉬는 부석사를 가다

가파른 백팔 돌계단 오르면

세속에 찌든 마음

가뿐히 내려놓을 수 있는 무량수전이 있어 좋다

 

첫눈이 내리는 날

추억을 더듬어 찾아 나온 길

간간이 흔들리는 풍경소리 시간이 멈춘듯하다

 

201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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