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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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세월/시 장지원

노파 2019. 12. 10. 05:26

세월

장지원

 

 

유리 같이 투명해

허물 많은 삶 비빌 언덕 찾다

하루하루를 지워가는 날

한 달쯤은 눈 깜짝할 사이 치워버리고

음흉하기는 사람을 수 없이 잡고도 허한지

마지막 달 잡아놓고 침을 삼키다니

네 눈에 보이는 게

어디 나 뿐일까

 

동짓달 추운 날

노인의 곱은 손에 들려진 구겨진 11월 달력

캄캄한 아궁이

불쏘시개 되어 불 집힐 때

 

불 도깨비같이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등 지저 보라는데

이 세월도 망나니 같아

늙은이 잡아놓고 하품 한 번 하려나보다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