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바람
老波
문풍지 부르르 떨면
목줄을 들이대며 줄지어 들어오는
이 바람
할머니는 황소바람이라 하신다.
문바람 쏘이면
바람머리 앓는다고 흰 수건 쓰시고
너 때문에 고뿔이 떠날 날 없어
그 때 그 시절엔
꽁꽁 언 실파뿌리 들기름에 달려, 한 모금 입안에 넣는다.
그래도 성이 안 차
한 밤중에 화들짝 빗장을 베끼고 문을 열어 재 키면
겨울의 야속한 풍경이다.
세상에 숫한 바람 불어 꼭지가 열릴 때
한 잔의 소주 머리에 부어 보지만 떨어지는 체온 올리지 못 한 채
타의 반
자의 반
허름한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미련한 겨울 될 줄이야 미처 몰라 하네.
아직도 바람 많건만
허무한 가슴 손질하는 텅 빈 헛간채에 바람이 들이치면
황소바람 되기 전 삶의 거적이라도 내려 보지.
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