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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문바람

노파 2012. 1. 5. 12:05

문바람

老波

 

 

문풍지 부르르 떨면

목줄을 들이대며 줄지어 들어오는

이 바람

할머니는 황소바람이라 하신다.

 

문바람 쏘이면

바람머리 앓는다고 흰 수건 쓰시고

너 때문에 고뿔이 떠날 날 없어

그 때 그 시절엔

꽁꽁 언 실파뿌리 들기름에 달려, 한 모금 입안에 넣는다.

 

그래도 성이 안 차

한 밤중에 화들짝 빗장을 베끼고 문을 열어 재 키면

겨울의 야속한 풍경이다.

 

세상에 숫한 바람 불어 꼭지가 열릴 때

한 잔의 소주 머리에 부어 보지만 떨어지는 체온 올리지 못 한 채

타의 반

자의 반

허름한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미련한 겨울 될 줄이야 미처 몰라 하네.

 

아직도 바람 많건만

허무한 가슴 손질하는 텅 빈 헛간채에 바람이 들이치면

황소바람 되기 전 삶의 거적이라도 내려 보지.

 

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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