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세월이 앉은 자리/시 장지원

노파 2019. 5. 6. 12:35

세월이 앉은 자리

장지원

 

 

바다가 제아무리 넓은들 가슴 하나 씻어주지 못 하고

강물이 제아무리 맑은들 발 담글 때 없어

여울에 손 담그고 있으면 가던 날도 쉬어간다고 주저앉는다.

 

세월은 너를 보고 무어라 말 할까

 

하루를 틀어쥐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니 정신이 나가 빨리 가는 듯 하는 게다

어제 아침이 오늘 아침인데

네 하루는 석양으로 혼 나간 사람처럼 걸어가는 게다

그래 놓고

애꿎은 세월만 빨리 간다. 타박하는 게야

 

세월은 널 보고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나 하루 틀어쥐고 있을 테니 삶을 뒤집어 물 흐르듯이 살아 봐라

손 씻고 발 닦고 몸까지 씻으면 네 몸에 맞는 옷 걸쳐주는 게 세월이지

언제나 네 편에서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그림을 그려 주는데……

 

가만히 있는 세월을 너무 탓하지 마라. 세월이 무슨 잘못이 있나

 

2019.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