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미세먼지/시 장지원

노파 2019. 4. 15. 05:38

미세먼지

장지원

 

 

미세먼지 때문에 연일 난리다

유치원 가는 손주의 해맑은 얼굴을 하얀 마스크가 가리고

길거리엔 표정 없는 로봇들이 일상을 점령한지 오래다

국경을 넘나들며 괴롭혀도 속수무책

삶은 소리 없는 폭력 앞에서 내일의 검은 그림자를 들이울 뿐……

 

남들 다 사는 공기청정기를 한 대 들여왔다

집 안에 공기가 정화되는 게 디지털 숫자로 나타나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도 잠시,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일까

 

아내가 마른 김 10장을 굽는데 수치가 360이 올라가며 빨간불이 켜졌다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난리를 쳐보지만 64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바깥 공기

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아내는 공기청정기를 아애 꺼버리라고 소리 한다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낫다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 앞에 말문이 막힌다

 

안 그래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아내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의 아픔이다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예민하게도 우리 삶에 상처로 남아 또 하나의 생활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게 싫은 게다

 

어째 던 우린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외면할 수 없는 게 사실이 된지 오래다

조금 전에도 핸드폰에 미세먼지 주의경보가 굉음을 타고 날아 왔다

보이지 않는 전선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다그치는 것이 미세먼지 보다 더 큰 스트레스로 점령당한 지 오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2019.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