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왜 이리도 흔들릴까/시 장지원

노파 2019. 2. 20. 05:54

왜 이리도 흔들릴까

장지원

 

 

마음이 흔들린다.

생각마저 흔들린다.

나잇살이 키운 삶은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하다

감당이 안 된다

그래도 흔들리는 세상이 좋았다는 그 생각조차 맥이 풀릴 때

나무 하나가 시름시름 하다

가지 하나가 떨어져 박살이 난다. 고목나무를 보고 있자니

뻣뻣하게 굳어가는 몸이 낭패를 볼 차례다

생각이 석회 돌 같이 굳어간다

핏줄은 햇볕 쪼여 하얗게 바스라진다

몸은 거북등처럼 각질을 일으키며 쪼그라들어

옷을 걸쳐도 세월은 비켜간다

소화가 되지 않으니

죽지 못해 먹는 게 무슨 맛이 있나

주변은 숨죽여 소리 없이 가는 길

눈 감으면 편한 세상인데, 그래도 밤이 싫다

안 보면 좋은 세상인데, 그래도 해질녘 땅거미가 싫다

쉽게 잊는 세상인데, 그래도 딸깍 딸깍 하는 시계소리가 싫다

모순으로 배불려 살아가는 길, 가깝고도 먼 길 가는 순례자의 그 날……

왜 이리도 흔들릴까

밥 술 놓으면 고즈넉한 앞산 품에 안기는데 왜 이리도 무서울까

홀연히 찾아올지도 모르는

그 못된 날 때문일까

 

20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