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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와 숙제의 仁

노파 2011. 6. 29. 07:05

백의와 숙제의 仁

장지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속담은 어질게 살면 하늘도 감복하여 의인을 돕는다는 이야기다. 옛 의인들은 인을 지킴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앉고 물러나기도 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을 지키는 자에게 하늘은 도움을 주고 있는지 오늘날 우리의 잣대를 갖다 대어 보기로 하자.

 

고주국 왕에게 아들 셋이 있었다.

평소 왕은 자신의 왕위를 셋째 숙제에 물려주기를 원했다. 숙제는 맏형 백의를 찾아와 선왕의 대업을 이을 사람은 큰형님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맏이로서 아버지의 큰 뜻과 깊은 마음을 어찌 모를 리가 없다. 백의는 숙제를 붙잡고 왕위는 저네가 받아서 이음이 합당하다고 말하고는 궁을 나서고 만다. 숙제 역시 백의가 안 받으면 자기도 집을 떠나겠다고 집을 나서고 만다.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닌 일에 백의와 숙제는 왕자의 신분을 초개같이 버리고 궁을 떠나고 만다. 왕위는 둘째가 어부지리로 양위 받고 고주국의 왕이 되었다.

 

두 형제의 길에 세월도 무심히 길을 비켜주고 만다.

늙어 의지할 곳을 찾던 중 주나라의 서벽이 노인들을 잘 보살핀다는 소문에 찾아가 보니, 이미 그는 죽고 무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무왕은 체면보다는 실리를 따져 현실에 밝은 사람이었다. 마침, 은나라 주왕과의 분쟁은 날로 심화하고 있던 터라, 무왕은 기다릴 수 없어 선왕의 장례를 미루고 혼백을 마차에 태우고 은나라의 정복 길에 오르게 된다.

 

백의와 숙제는 무왕의 마차를 가로막는다.

말 머리에서 간언하였다. “선왕의 장례도 치르지 않고 전쟁터로 떠나는 것은 효도가 아니며 신하의 몸으로 군주를 죽이다니 그것도 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을 듣고 있던 무왕의 장군이 칼을 빼어 형제의 목을 베려고 하자 태공망이 “이자들은 의인이니 살려 주어라.” 이를 막았다. 무왕은 은을 멸망시키고 주나라의 명망을 천하에 알린다.

 

백의, 숙제는 무왕의 무례함을 끝내 용서하지 못한다.

주나라를 섬기는 자신들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 옳지 못한 주나라의 곡식을 죽을 때까지 먹지 않기로 결심을 한 형제는 수양산으로 들어간다. 수양산에 온 그들은 고사리와 산나물을 캐며 연명한다. 두 형제는 이런 시를 지었다.

 

우리는 저 산에 올라 고사리로 연명하노라

폭력으로 폭력을 대하는 것을 무왕은 모른다

신능. 순. 우. 성왕의 길을 잃은

우린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아, 이제 우리의 명은 이제 끝나노라

 

하루는 숙제가 형에게 “형님 오늘은 고사리가 입에서 씁니다.” 하니 백의가 말을 받아 “내 입에도 쑥같이 쓰니 우리의 운명은 여기까지인가 보네” 두 형제는 굶어서 죽고 말았다.

 

사마천은 백의와 숙제의 죽음을 안타까이 태사공서에 기록으로 남겼다.

공자는 그들이 인은 이루었지만 남을 수 없었음을 이렇게 말하였다. “내 제자 70명 중 학문에 빼어난 인물은 안회 하나이다. 그도 평생 가난하여 쌀겨조차 흡족하게 못 먹다,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은 선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푼다고 하였건만 사마천의 붓은 이 대목에서 잠시 떨리며 머뭇거렸다.

 

춘추시대에 유명한 도척이란 사람이 있었다.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던 그는 심지어 사람의 간을 끄집어내 회로 먹는 극악하기 짐승 같은 놈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놈은 부하들을 거느리며 천수를 누렸다고 한다. 그는 세상에서 어떤 덕을 쌓았을까 묻고 싶은 사마천의 마음이 씁쓸하고 얼마나 허전하였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속담은 역사 속의 야화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까지 무심한 하나의 속담으로 끝났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하늘은 여전히 어진 사람이 있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내일도 역시 하늘에 밝은 태양을 떠올린다고 한다. 성경에는 “의인의 죽음은 전혀 헛되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 태사공서. 사기열전(사마천) 참고

 

201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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